2005/11/18 05:42
RL.T hink.
아침 8시가 되니 아르바이트생이 칼같이 깨운다. 야간 정액이 끝났다는 것이다. 왠지 야속함이 느껴진다. 이런곳이 내 본적이라니.. 물론 단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아무래도 그리 정이 느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어쨌든 대충 씻고 나와서 다시 김제역으로 간다. 피씨방 화장실이 너무 열악해서 도저히 씻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제역 화장실에 가보니 여긴 그나마 깨끗한 편이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씻고있는 나를 툭툭 친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돌아보니 씻는건 상관없는데 바닥에 물은 안흘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혼자말로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쉽게 넘어지시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중얼거리면서 나가신다
일단 세수하고 머리를 감고나니 조금 정신이 드는 듯하다. 하지만 역시 피씨방이라는 열악한 조건은 그리 편하게 자지는 못했고, 피로가 약간 덜 풀린 것 같아서 걱정이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여관이나 찜질방에 가서 몸을 뉘일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하지만 주위에는 식당다운 식당도 없었고, 뭔가를 꼭 먹고싶다는 생각보다는 먹어야지 오후까지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역전 앞 슈퍼에서 빵과 우유를 천원에 사가지고 슈퍼 앞 평상에서 먹고 출발한다.
김제에서 유명한 벽골제나 금산사를 한번 들려보고 싶었으나 아무리 계산해도 오전을 김제에서 보내면 금요일까지 서울에 도착하는 것이 어렵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정이 빡빡하지만 않았어도 좀 더 여유있게 다녀오는건데. 이번 여행은 그저 둘러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해야 할 듯 하다.
김제에서 다시 국도를 타는데까지 1시간 20분이나 걸린다. 결국 씻고 빵먹는데까지 9시 30분. 길찾아서 출발한 시간은 10시 20분이나 돼서였다.
다음 목표지는 정읍이다. 빠져나가는 시간도 오래걸렸거니와 전북 구간은 길이 험한 편이라서 빨리 가지 못한다. 꼬박 55분을 쉬지않고 달려서야 정읍 터미널에 도착했다. 실은 이곳은 기억이 굉장히 가물가물한데, 그다지 한 일이 없이 스쳐지나가듯 지나쳐갔기 때문이다. 정읍에 도착해서는 정읍을 둘러보기보다는 내 자신 신변을 챙기는데 급급했다. 일단 오토바이 엔진오일 체크하고, 여전히 터미널에는 정수기가 없음을 확인한 뒤 담배 한 갑을 사서는 출발했다. 정읍 터미널 앞에 붙어있는 관광안내도에는 이것저것 볼 것이 많다고 되어 있었으나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그저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었다.
김제에서 정읍까지 달려왔을 때 오토바이의 미터계는 21828km를 가르키고 있었다. 32km인 셈이다. 왠지 계산상 1시간에 32km를 달려왔다고 하면 어쩐지 느린듯한 느낌이 굉장히 많이 드는데, 의외로 그것도 아니다. 평속을 50-60정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중간에 시내로 들어오면 신호등이나 길을 찾는 시간. 혹은 2차선 도로에서 차들의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서 속도를 줄이고 갓길로 피해주는 시간을 합치면 얼추 맞아 떨어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20여분 쉬고 12시 20분에 다시 장성으로 출발한다.
장성은 전남이다. 굳이 전남 전북의 차이때문은 아니겠지만, 전남길은 대체로 전북보다 훨씬 포장도 잘되고 넓다. 다행히도 장성으로 가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힘들지 않게 올 수 있었다.
장성으로 가는 길은 산을 타야 한다. 정확한 산의 명칭은 모르겠지만 경치가 참 수려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오토바이를 달린다. 물론 산길이라는 것이 안전성을 위해서 여기저기 꼬부라진 길이 많기는 하지만, 그때는 상쾌한 바람과 기분좋은 햇살, 멋진 경치가 어우러져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산의 중턱쯤이나 내려왔을까, 갑자기 경찰차의 싸이렌이 들린다. 무슨일이 있나 싶어서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쳐다보니 한무더기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경찰차는 그들을 호위중이었던 것이다. 뭔가 싶어서 자세히 쳐다보니 광주MBC가 주관하는 고교 싸이클 대회라고 써있다. 그들이 지나가는 것도 한 장 찍어두고 싶었는데 카메라가 좋지 않은 관계로 움직이는 물체는 잔상이 다 찍혀버려서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광주에 몇 개 학교가 있는 것인지. 엄청난 수의 싸이클이 지나간다. 그 무리의 마지막은 엠뷸런스가 따르고, 고장을 대비한 싸이클 여러 대를 실은 트럭도 지나간다.
광주 MBC주체이면 당연히 광주에서 출발했을 테고, 그렇다면 그들은 광주에서 장성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이번엔 정읍쪽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고등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게는 내리막길이었으므로 그들에겐 오르막길일텐데, 속도가 꽤나 나는 것을 보고는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도로를 타고 가다 보니 이번엔 세명의 배낭여행객이 보인다. 오토바이 운전중이 아니었으면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는 건데, 우리에 비해서 너는 너무 편하게 여행중 아니냐는 핀잔이 무서워서 그만둔다. 그들의 얼굴에는 땀과 피로가 배어있었다.
일단은 장성에 도착한다. 정확히 40KM를 달린 셈이다. 1시간 15분이나 달려줬으니 이제 슬슬 엔진을 쉬어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성역 안에 들어가서 역무원님께 물을 한 잔 얻어먹는다.
확실히 헬멧을 쓰고 있으니 머리가 무거워지고, 어깨가 쉽게 아파온다. 계속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려 애쓴다. 어느정도 쉬고 나자 다시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은 광주에 도착해서 먹기로 하고. 다음 목표는 광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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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내가 군생활을 하던 곳이다. 정확히 광주 하남과 동구 전남지방경찰청인데, 이번 여행에는 그곳들을 가는 것도 목표 중 하나였다. 결국에는.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원래는 한 이틀째쯤 되는 날에 오려고 했으나 의외로 정체되는 바람에 이제야 도착한다.
장성에서 계속 달려 드디어 광주 비아동이 보인다. 광주광역시 중에서도 가장 번화하지 못하고 공단이 많은 곳이 하남으로, 비아, 하남 등 송정리역 주위까지 포함해서 광역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후미진 동네이다. 가도가도 집은 몇 채 없고 공단과 논밭만 나오는 곳인데. 내 생각에는 그냥 광주를 광역시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억지로 포함한 지역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비아동을 거쳐 하남공단에 이른다. 내가 군시절에 아침 구보를 하던 곳인데. 지금 달려보니 그리 멀 수가 없다. 대략 재보니 4-5km는 넘는 것 같다. 이런 거리를 아침마다 뛰어다녔다니, 어쩐지 놀랍다. 하긴 그당시에는 다들 뛰니까 멋도 모르고 뛰었지만.
오후 1시 40분에 하남에 있는 1710 전경대에 도착한다. 오토바이는 21887km를 가르킨다. 장성에서 19km 더 들어온 것이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누군가 면회왔다고 해서 한사람이나마 부대에서 잠시 탈출시켜줄 생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난 부대에 아는 사람이 없다. 내가 제대할 때쯤 들어왔던 신병들도 지난달에 다 제대했다고 한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별 수 없이 휘척휘척 걸어서는 한쪽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 군바리들에게 걸어간다. 대충 훑어보니 이 부대는 2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화가 없다. 한쪽에는 빨아도 꾸준히 더러운 이불이 널려있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한 건물이 당당하게 변색된 채 서 있다. 철조망 사이로 속옷 등의 빨래가 널어져 있는 것도 여전하다. 도무지 진보라는 것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부대는 '중대 챙기는 기수' 줄여서 중챙이라고 부르는 기수가 부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모아서 태우는 역할을 맡는다. 이 기수는 소위 열외라고 하는 완전 고참이 되기 바로 직전의 단계이다. 쓰레기를 태우는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대충 몇기쯤 되냐고 물으니 2700몇기라고 한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깜짝 놀란다. 내가 2360기니까. 나랑 한 400기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네들이 늦어도 5-6개월 후면 벌써 제대라니.
대충 훑어보니 소위 짐마라고 불리는 전경들의 닭장차가 안보인다. 다들 출동 나갔냐고 물어보니 그런 건 아니란다. 그냥 내가 있을 때랑 위치가 달라져서 안보이는 것 뿐이라고 한다. 2년동안 바뀐 건 그 위치의 차이 뿐이다. 담배라도 던져주고 오고 싶었는데 마침 내 담배도 떨어졌다. 할 수 없이 그냥 수고하라는 말을 남긴 채 발걸음을 돌린다.
이번엔 전남지방 경찰청으로 갈 예정이다. 내가 일경(전경들은 '병'이라고 하지 않고 '경'이라고 부른다.) 6호봉(6개월째)쯤에 전남지방 경찰청 안에 있는 경찰청 경비소대로 옮겼기 때문이다. 원래는 인사계 발령이었는데, 경비소대로 옮기자 마자 몸이 좀 많이 아파서 짤렸다. -- 그래서 그냥 경찰청 경비소대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 --.
전남지방 경찰청으로 가기 전에 하남 부대 사진을 좀 찍고싶었는데 앞에서 입초 서는 애들이 날 자꾸 이상하게 쳐다본다. 가서 설명하고 아는 척 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돌아선다. 경찰청으로 오기 전에 하남시 입구에서 기름을 4000원 넣으니 가득이다. 기름값이 1300원대 초반이다. 내 오토바이가 기름을 많이 먹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보다 조금은 싸서 기쁘다.
전남지방 경찰청에 도착하니 2시 35분. 하남 부대에서 20여분밖에 안 머물렀다는 걸 생각하면 의외로 오래 걸린 셈이다. 약 40여분정도. 13km를 달리는데 40여분이라.. 시내라서 각종 시내가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길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거의 논스톱으로 달렸다.
경찰청으로 오는 길에 광주 최고의 시내-번화가인 충장로가 보인다. 대부분의 광역시는 시내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서, 좀 논다 싶은 사람들은 다 충장로로 모이는 듯 하다. 그만큼 물가도 비싸고, 이쁜 여자들도 많이 모이고. 놀거리도 많은 곳이 광주의 충장로다.
일단은 경찰청 바로 뒤에 있는 백두산이라는 중국집에 애마를 파킹시킨 뒤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광주 유일의 '짬짜면'이라는 것을 파는 곳인데. 보통 짬짜면이라고 하면 짜장 반 짬뽕 반을 나누어서 파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이곳의 짬짜면은 그게 아니다. 말 그대로 짬뽕 건더기에 짜장면을 넣어서 비벼먹는 것이다. 좀 이상할 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꽤나 맛있다. 이곳에 있을 때는 별미로써 많이도 먹었었다.
주인도 그대로고, 맛도 그대로고, 가격도 2년 전 그대로다. 둘러보니 2년전에 붙어있던 이름없는 가수의 포스터도 그대로 붙어있다. 왠지 웃긴다. 아주머니랑 얘기를 몇 마디 나누니, 스쿠터타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냐고 깜짝 놀라신다. 그냥 웃고는 짬짜면을 맛있게 먹었다.
대충 먹은 후에 눈에 익숙한 풍경을 둘러본다. 시간 날 때 가던 인터쿨. id. 피씨방도 그대로 있다. 닭다리 노래방이라고 해서 200원짜리 오락실용 노래방 기계를 가져다놓고 장사하는 곳도 여전하다. 광주 대성학원도 그대로 있고. 다만 달라진 건 대성학원 앞에 지하철 역이 생겼다는 것이다. 운행을 하는지는 확인을 안해봐서 잘 모르겠다.
옛 추억을 되살릴 겸 전남지방경찰청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 어느 곳도. 책을 빌려보던 도서관도. 간이로 만든 건물-우리는 cp라고 불렀다.-도. 시설은 좀 열악해도 뜨거운 물이 24시간 나오는 샤워장도. 들어가서 인사를 할 까 했으나 다들 자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경비소대는 24시간 근무를 서기 때문에 오후에 1-2시간정도 오침 시간이 있다. 마침 딱 그시간인지라 들어가는 걸 포기한다.
대신 땀에 젖은 몸을 좀 식히려 샤워장에 들어가서 샤워를 한다. 어제 피씨방에서 잤더니 찝찝한 몸을 씻을 수 있어서 그만이다. 내가 샤워를 끝낼 때 까지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는 다시 오토바이를 출발시킨다.
04.07.15 By RL.T.
p.s. 사실 이렇게 해서. 나름대로 먼 거리를 돌아 왔습니다.
7월 2일까지 여행했고. 대구를 거쳐. 안동. 영주. 제천. 원주. 양평.을 거쳐 서울로 컴백..하였으나.
제가 이 글을 쓰던 중 갑자기 너무 바빠져서 한동안 생각을 못하다 보니.
그때의 느낌이 많이 사라져 버려서... 쓰기를 중단했습니다.
마무리를 지었으면, 저도 좋았겠으나. 느낌이 없는 기행문은 의미가 없을것같아서.
어쨌든 대충 씻고 나와서 다시 김제역으로 간다. 피씨방 화장실이 너무 열악해서 도저히 씻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제역 화장실에 가보니 여긴 그나마 깨끗한 편이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씻고있는 나를 툭툭 친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돌아보니 씻는건 상관없는데 바닥에 물은 안흘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혼자말로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바닥에 물기가 있으면 쉽게 넘어지시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중얼거리면서 나가신다
일단 세수하고 머리를 감고나니 조금 정신이 드는 듯하다. 하지만 역시 피씨방이라는 열악한 조건은 그리 편하게 자지는 못했고, 피로가 약간 덜 풀린 것 같아서 걱정이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여관이나 찜질방에 가서 몸을 뉘일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하지만 주위에는 식당다운 식당도 없었고, 뭔가를 꼭 먹고싶다는 생각보다는 먹어야지 오후까지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역전 앞 슈퍼에서 빵과 우유를 천원에 사가지고 슈퍼 앞 평상에서 먹고 출발한다.
김제에서 유명한 벽골제나 금산사를 한번 들려보고 싶었으나 아무리 계산해도 오전을 김제에서 보내면 금요일까지 서울에 도착하는 것이 어렵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정이 빡빡하지만 않았어도 좀 더 여유있게 다녀오는건데. 이번 여행은 그저 둘러봤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해야 할 듯 하다.
김제에서 다시 국도를 타는데까지 1시간 20분이나 걸린다. 결국 씻고 빵먹는데까지 9시 30분. 길찾아서 출발한 시간은 10시 20분이나 돼서였다.
다음 목표지는 정읍이다. 빠져나가는 시간도 오래걸렸거니와 전북 구간은 길이 험한 편이라서 빨리 가지 못한다. 꼬박 55분을 쉬지않고 달려서야 정읍 터미널에 도착했다. 실은 이곳은 기억이 굉장히 가물가물한데, 그다지 한 일이 없이 스쳐지나가듯 지나쳐갔기 때문이다. 정읍에 도착해서는 정읍을 둘러보기보다는 내 자신 신변을 챙기는데 급급했다. 일단 오토바이 엔진오일 체크하고, 여전히 터미널에는 정수기가 없음을 확인한 뒤 담배 한 갑을 사서는 출발했다. 정읍 터미널 앞에 붙어있는 관광안내도에는 이것저것 볼 것이 많다고 되어 있었으나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그저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었다.
김제에서 정읍까지 달려왔을 때 오토바이의 미터계는 21828km를 가르키고 있었다. 32km인 셈이다. 왠지 계산상 1시간에 32km를 달려왔다고 하면 어쩐지 느린듯한 느낌이 굉장히 많이 드는데, 의외로 그것도 아니다. 평속을 50-60정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중간에 시내로 들어오면 신호등이나 길을 찾는 시간. 혹은 2차선 도로에서 차들의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서 속도를 줄이고 갓길로 피해주는 시간을 합치면 얼추 맞아 떨어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20여분 쉬고 12시 20분에 다시 장성으로 출발한다.
장성은 전남이다. 굳이 전남 전북의 차이때문은 아니겠지만, 전남길은 대체로 전북보다 훨씬 포장도 잘되고 넓다. 다행히도 장성으로 가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힘들지 않게 올 수 있었다.
장성으로 가는 길은 산을 타야 한다. 정확한 산의 명칭은 모르겠지만 경치가 참 수려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오토바이를 달린다. 물론 산길이라는 것이 안전성을 위해서 여기저기 꼬부라진 길이 많기는 하지만, 그때는 상쾌한 바람과 기분좋은 햇살, 멋진 경치가 어우러져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산의 중턱쯤이나 내려왔을까, 갑자기 경찰차의 싸이렌이 들린다. 무슨일이 있나 싶어서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쳐다보니 한무더기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경찰차는 그들을 호위중이었던 것이다. 뭔가 싶어서 자세히 쳐다보니 광주MBC가 주관하는 고교 싸이클 대회라고 써있다. 그들이 지나가는 것도 한 장 찍어두고 싶었는데 카메라가 좋지 않은 관계로 움직이는 물체는 잔상이 다 찍혀버려서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광주에 몇 개 학교가 있는 것인지. 엄청난 수의 싸이클이 지나간다. 그 무리의 마지막은 엠뷸런스가 따르고, 고장을 대비한 싸이클 여러 대를 실은 트럭도 지나간다.
광주 MBC주체이면 당연히 광주에서 출발했을 테고, 그렇다면 그들은 광주에서 장성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이번엔 정읍쪽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고등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게는 내리막길이었으므로 그들에겐 오르막길일텐데, 속도가 꽤나 나는 것을 보고는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도로를 타고 가다 보니 이번엔 세명의 배낭여행객이 보인다. 오토바이 운전중이 아니었으면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는 건데, 우리에 비해서 너는 너무 편하게 여행중 아니냐는 핀잔이 무서워서 그만둔다. 그들의 얼굴에는 땀과 피로가 배어있었다.
일단은 장성에 도착한다. 정확히 40KM를 달린 셈이다. 1시간 15분이나 달려줬으니 이제 슬슬 엔진을 쉬어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성역 안에 들어가서 역무원님께 물을 한 잔 얻어먹는다.
확실히 헬멧을 쓰고 있으니 머리가 무거워지고, 어깨가 쉽게 아파온다. 계속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려 애쓴다. 어느정도 쉬고 나자 다시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은 광주에 도착해서 먹기로 하고. 다음 목표는 광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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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내가 군생활을 하던 곳이다. 정확히 광주 하남과 동구 전남지방경찰청인데, 이번 여행에는 그곳들을 가는 것도 목표 중 하나였다. 결국에는.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원래는 한 이틀째쯤 되는 날에 오려고 했으나 의외로 정체되는 바람에 이제야 도착한다.
장성에서 계속 달려 드디어 광주 비아동이 보인다. 광주광역시 중에서도 가장 번화하지 못하고 공단이 많은 곳이 하남으로, 비아, 하남 등 송정리역 주위까지 포함해서 광역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후미진 동네이다. 가도가도 집은 몇 채 없고 공단과 논밭만 나오는 곳인데. 내 생각에는 그냥 광주를 광역시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억지로 포함한 지역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비아동을 거쳐 하남공단에 이른다. 내가 군시절에 아침 구보를 하던 곳인데. 지금 달려보니 그리 멀 수가 없다. 대략 재보니 4-5km는 넘는 것 같다. 이런 거리를 아침마다 뛰어다녔다니, 어쩐지 놀랍다. 하긴 그당시에는 다들 뛰니까 멋도 모르고 뛰었지만.
오후 1시 40분에 하남에 있는 1710 전경대에 도착한다. 오토바이는 21887km를 가르킨다. 장성에서 19km 더 들어온 것이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누군가 면회왔다고 해서 한사람이나마 부대에서 잠시 탈출시켜줄 생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난 부대에 아는 사람이 없다. 내가 제대할 때쯤 들어왔던 신병들도 지난달에 다 제대했다고 한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별 수 없이 휘척휘척 걸어서는 한쪽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 군바리들에게 걸어간다. 대충 훑어보니 이 부대는 2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화가 없다. 한쪽에는 빨아도 꾸준히 더러운 이불이 널려있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한 건물이 당당하게 변색된 채 서 있다. 철조망 사이로 속옷 등의 빨래가 널어져 있는 것도 여전하다. 도무지 진보라는 것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부대는 '중대 챙기는 기수' 줄여서 중챙이라고 부르는 기수가 부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모아서 태우는 역할을 맡는다. 이 기수는 소위 열외라고 하는 완전 고참이 되기 바로 직전의 단계이다. 쓰레기를 태우는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대충 몇기쯤 되냐고 물으니 2700몇기라고 한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깜짝 놀란다. 내가 2360기니까. 나랑 한 400기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네들이 늦어도 5-6개월 후면 벌써 제대라니.
대충 훑어보니 소위 짐마라고 불리는 전경들의 닭장차가 안보인다. 다들 출동 나갔냐고 물어보니 그런 건 아니란다. 그냥 내가 있을 때랑 위치가 달라져서 안보이는 것 뿐이라고 한다. 2년동안 바뀐 건 그 위치의 차이 뿐이다. 담배라도 던져주고 오고 싶었는데 마침 내 담배도 떨어졌다. 할 수 없이 그냥 수고하라는 말을 남긴 채 발걸음을 돌린다.
이번엔 전남지방 경찰청으로 갈 예정이다. 내가 일경(전경들은 '병'이라고 하지 않고 '경'이라고 부른다.) 6호봉(6개월째)쯤에 전남지방 경찰청 안에 있는 경찰청 경비소대로 옮겼기 때문이다. 원래는 인사계 발령이었는데, 경비소대로 옮기자 마자 몸이 좀 많이 아파서 짤렸다. -- 그래서 그냥 경찰청 경비소대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 --.
전남지방 경찰청으로 가기 전에 하남 부대 사진을 좀 찍고싶었는데 앞에서 입초 서는 애들이 날 자꾸 이상하게 쳐다본다. 가서 설명하고 아는 척 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돌아선다. 경찰청으로 오기 전에 하남시 입구에서 기름을 4000원 넣으니 가득이다. 기름값이 1300원대 초반이다. 내 오토바이가 기름을 많이 먹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보다 조금은 싸서 기쁘다.
전남지방 경찰청에 도착하니 2시 35분. 하남 부대에서 20여분밖에 안 머물렀다는 걸 생각하면 의외로 오래 걸린 셈이다. 약 40여분정도. 13km를 달리는데 40여분이라.. 시내라서 각종 시내가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길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거의 논스톱으로 달렸다.
경찰청으로 오는 길에 광주 최고의 시내-번화가인 충장로가 보인다. 대부분의 광역시는 시내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서, 좀 논다 싶은 사람들은 다 충장로로 모이는 듯 하다. 그만큼 물가도 비싸고, 이쁜 여자들도 많이 모이고. 놀거리도 많은 곳이 광주의 충장로다.
일단은 경찰청 바로 뒤에 있는 백두산이라는 중국집에 애마를 파킹시킨 뒤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광주 유일의 '짬짜면'이라는 것을 파는 곳인데. 보통 짬짜면이라고 하면 짜장 반 짬뽕 반을 나누어서 파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이곳의 짬짜면은 그게 아니다. 말 그대로 짬뽕 건더기에 짜장면을 넣어서 비벼먹는 것이다. 좀 이상할 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꽤나 맛있다. 이곳에 있을 때는 별미로써 많이도 먹었었다.
주인도 그대로고, 맛도 그대로고, 가격도 2년 전 그대로다. 둘러보니 2년전에 붙어있던 이름없는 가수의 포스터도 그대로 붙어있다. 왠지 웃긴다. 아주머니랑 얘기를 몇 마디 나누니, 스쿠터타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냐고 깜짝 놀라신다. 그냥 웃고는 짬짜면을 맛있게 먹었다.
대충 먹은 후에 눈에 익숙한 풍경을 둘러본다. 시간 날 때 가던 인터쿨. id. 피씨방도 그대로 있다. 닭다리 노래방이라고 해서 200원짜리 오락실용 노래방 기계를 가져다놓고 장사하는 곳도 여전하다. 광주 대성학원도 그대로 있고. 다만 달라진 건 대성학원 앞에 지하철 역이 생겼다는 것이다. 운행을 하는지는 확인을 안해봐서 잘 모르겠다.
옛 추억을 되살릴 겸 전남지방경찰청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 어느 곳도. 책을 빌려보던 도서관도. 간이로 만든 건물-우리는 cp라고 불렀다.-도. 시설은 좀 열악해도 뜨거운 물이 24시간 나오는 샤워장도. 들어가서 인사를 할 까 했으나 다들 자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경비소대는 24시간 근무를 서기 때문에 오후에 1-2시간정도 오침 시간이 있다. 마침 딱 그시간인지라 들어가는 걸 포기한다.
대신 땀에 젖은 몸을 좀 식히려 샤워장에 들어가서 샤워를 한다. 어제 피씨방에서 잤더니 찝찝한 몸을 씻을 수 있어서 그만이다. 내가 샤워를 끝낼 때 까지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는 다시 오토바이를 출발시킨다.
04.07.15 By RL.T.
p.s. 사실 이렇게 해서. 나름대로 먼 거리를 돌아 왔습니다.
7월 2일까지 여행했고. 대구를 거쳐. 안동. 영주. 제천. 원주. 양평.을 거쳐 서울로 컴백..하였으나.
제가 이 글을 쓰던 중 갑자기 너무 바빠져서 한동안 생각을 못하다 보니.
그때의 느낌이 많이 사라져 버려서... 쓰기를 중단했습니다.
마무리를 지었으면, 저도 좋았겠으나. 느낌이 없는 기행문은 의미가 없을것같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