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8 05:27
RL.T hink.
6/28
#1. 준비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밥먹고 출발할 생각이었으나, 그 전날 아즈
망가 대왕 애니를 보다가 새벽 6시경에 잠드는 바랍에 오후 3시쯤에
나 일어났다. 이왕 늦은거..라고 속편하게 생각하고 빈둥대다가 샤워
하고 저녁 먹고 출발하기로 멋대로 결정해 버렸다.
저녁 6시경에 김치볶음밥 만들어먹었는데, 난 요리솜씨가 있는지 꽤
나 맛있었다. 다만 양 조절을 잘 못해서 2인분이 되어버렸다는게 조
금 문제지만. 결국에 남는 1인분은 도시락으로 싸가기로 결정했다. 그
리고 집에 있던 계란 4개도 삶아서 같이 챙겨갔다.
짐을 대충 챙겨두고 오토바이 점검차 나가보니 오른쪽 백미러가 부
서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한 2-3달쯤 전에 누군가가 부순 것인데 시내
주행에서는 별 필요가 없어서 안 고치고 냅뒀던 것이다. 그냥 갈 까 하
다가 어쩐지 멀리가는 길에는 필요할 것 같아서 부랴부랴 방으로 올라
와 전기면도기 케이스에 붙어있던 거울을 뜯어내서 오토바이에 붙여
놨다. 보기는 조금 안쓰러웠지만 오토바이 후방이 잘 보였으므로 스스
로의 천재성에 만족하면서 출발했다.
=====================================================================
#2. 출발
결국은 게으름과 준비 부족으로 오후 9시 5분에 남가좌동을 출발했
다. 가다가 농협에서 여행 자금으로 7만원을 찾았다. 지갑에 3000원
있었으므로 총 시작비용은 73000원인 셈이다. 물론 이 돈으로 여행을
끝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아껴쓰려는 마음에
일부러 적게 돈을 찾았다.
출발시 내 오토바이의 미터계는 21460km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러
니까 출발하기 전 21460km를 타고 다녔다는 것. 여기서부터 거리 계
산을 하면 된다.
성산대교를 지나 목동에서 기름을 넣었다. 5000원 가득이었다.(소
위 '만땅'이라고 하는) 참고로 이번 여행 내내 기름은 주유할 때마
다 '가득'이었다. 달리다가 기름 부족으로 멈춰서버리면 곤란하니까.
원래 목표는 일단 광명 철산역까지 가서 잠깐 쉬자.. 였는데 오토바
이가 스쿠터라는 특성상 1시간 이상 탈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엔
진에 무리가 온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중간에 잠깐 쉴 곳을 찾았는
데. 역시 만만한 건 '지하철 역'.
결국 10시 15분에 천왕역이라는 지하철역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
다. 난 사실 이런 지하철역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조금 외진 곳에 있
더라구. 지하철 역 안에 들어가서 화장실도 좀 다녀오고. 오토바이 근
처에서 담배도 한 대 피고. 하는 사이 20분정도가 지나갔다. 21476km
를 가르키고 있는 미터기. 16km정도 온 것이다. 원래는 이보다는 더
많이 와야 하지만 시내주행이기도 했고 오래타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
아 조금밖에 못 온 것이기도 했다.
=============================================================
알고보니 천왕역도 광명시 안이었다. 어찌됐든 목표했던 철산역에 도
착했다. 겨우 3km떨어져 있었다 --. 15분 달려서 도착했고. 별 거 없
었던 곳이었다. 다만 번화가였고, 월요일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눈
에 띄었던 것만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 정확히 10분 쉬고 11시에 출발
했다.
이 다음 목표는 안양! 지도상으로 보니 그리 멀지 않았고, 안양 1번
가라는 곳을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거기가 안양의 '시
내'라는 번화가라고 하기래).
역시 별로 멀지 않았다. 이렇게 자주 쉬면 안돼는데..할 정도로. 11
시 35분에 도착했다. 35분 달린 게 돼는 거지? 광명하고의 거리는 11k
m.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안양역에 도착해서 보니 확실히 화려한 불빛이 꽤 보이기는 한다. 안
양역 맞은편에서는 다양한 번화가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특징적
인 것은 젊은이들만이 아니고 어느정도 연세가 있으신 어른들도 꽤 많
이 보였다는 점이다. 여기는 노소가 공존하는 곳인 듯 했다.
안양역 번화가를 구경할 겸 안쪽에 있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한 갑 샀
다. 2000원.
문득 배가 고파져서 한쪽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아까 삶아두었던 계
란을 까먹었다. 쪽팔려서 최대한 어두운 곳에서 먹고 있는데, 지나가
는 사람들이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하긴 내가 그 사람들이
라고 해도 그럴지도 모른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때 옆에는 스쿠터
를 세워두고 도시락통에서 계란을 꺼내서 까먹고 있는 모습은 아직 새
파랗게 젊은 노숙자를 연상하게 할 것이다.
어쨌든 계란을 다 먹고 잠깐 세수하러 안양역 지하상가에 들어갔는
데. 참 놀랍도록 지저분하다. 1분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픈 곳이었다.
그래도 휴지는 있어서 얼굴 닦는데는 좋았다.
안양역 체류시간 25분. 12시에 다시 출발하다.
대충 지도를 보고 다음 목표지를 '의왕역'으로 잡았다. 사실 난 여태
까지도 수원과 인천이 굉장히 가까이 있는 줄 알았다. 왜 지하철 1호
선 신도림역에서 둘이 갈라지잖아. 난 같은 방향의 남북 차이정도인
줄 알았는데. 알고봤더니 수원은 남쪽으로, 인천은 서쪽으로 전혀 방
향이 달랐다..
하여튼 수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바로 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고 해
서 그 중간에 있는 의왕역을 목표로 잡은 것인데. 실은 이런 역이 있
는 지 조차 몰랐다. 사실은 아직도 이게 지하철 역인지 기차역인지 모
른다.. 그냥 지하철역이라고 추정만 하고 있다.
여름인데도 밤공기가 꽤나 차서 챙겨온 긴팔 남방을 입었다.
의왕역은 꽤나 외진 곳에 있었는데, 그 주위 길이 굉장히 복잡하게
되어 있어서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편의점에 가서 화장
실좀 쓸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지금은 역내가 문닫아서 안된단다. 그
럼 대체 편의점 직원은 어떻게 화장실을 가는지 물어보려다가 친절하
게 대해준 사람에게 실례일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만뒀다. 직원 인상
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뒤에서 볼 때는 여자인 줄 알았을 정도로 호
리호리한 체격에 작은 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단발머리정도의 길이에
파마를 하고 있었다 -_-;
여기까지 21506km. 딱 10분 머물렀다. 의왕역에는. 그 나머지 시간
은 길찾으라고 헤멘 시간.. 도착은 12시 45분에 했다.
=================================================================
수원역으로 가는 길은 조금 험난했다. 분명히 수원이라고 써져 있어
서 그쪽으로만 줄기차게 달렸더니 고속도로가 나와버렸다 --. 당황해
서 다시 오토바이를 돌려 이리저리 물어보니 그 길이 맞단다. 에라 모
르겠다 싶어서 고속도로 방향으로 계속 달렸더니만 나중에서야 수원
으로 가는 길과 고속도로 길이 갈라지더라.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알
고 보니 대부분의 국도는 그런 식으로 빠지게 되어 있더라구.
다행히도 수원역에 1시 55분에 무사히 안착. 정확히 1시간 달린 셈이
다. 계기판은 21525km 즉 24km를 달린 셈이다. 점점 시간 대비 거리
가 길어지는 것 같아 기분 좋아짐.
수원역에 도착했는데. 역 좋더라. 99년도 1월쯤에 경희대 수원캠퍼
스에 일이 있어서 지하철 타고 수원역에 도착했을 때는 별로였었던
것 같은데 그 새 건물을 새로 했는지 삐까번쩍했다. 좋더구만.
수원역은 기차와 지하철이 둘 다 경유하는 곳이라서 난 영등포역같
이 노숙자가 꽤나 많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기우였다. 노숙자는 딱
3명이었고, 자기들끼리 무슨 돈이 생겨서인지 소주를 사와서는 먹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따뜻한 역내를 거부하고 수원역 문 앞에서 옹
기종기 모여있엇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바로 옆에서 알 수 없는 나
물을 팔고 계셨던 할머니였는데 노숙자와 일행같아 보이진 않았다. 하
지만 수원역에서 새벽 1시 55분에 과연 누가 나물을 사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어쨌든 여기서 20분 쉬고 2시 15분에 다시 수원역을 출발했다.
이번 목적지는 평택역. 수원역 앞에서 호객행위(?) 중이시던 택시기
사님께 길을 물어 출발한 길은 본격적인 국도의 시작인 듯 했다. 포장
도 그리 좋지 않았고 가로등도 잘 안보였으며.(원래 국도에는 가로등
이 잘 없다) 늦은 밤이라 차가 폭주하기도 했다. 어쨌든 별 문제 없이
34km를 달려 미터기 21559km를 끊고 평택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3시
20분.
평택역은 신축공사중이었다. 내가 봐도 신축공사를 해야 할 것 같은
건물이었다. 외부에 간이화장실이 마련되어있었는데, 그래도 역사 화
장실이라고 깔끔하게는 해 두었다.
잠시 쉬기 위해서 평택역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곳은 기차역이 아니
라 노숙자 쉼터 같았다. 두분은 긴 의자에서 서로 머리를 맞댄 채로 주
무시고 계시고, 한 분은 앉아서 졸고 계셨으며 몇 분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벌레가 엄청 많았다는 점인데, 내 주위에는 모
기를 비롯하여 거미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리가 스무개쯤 달린 벌레
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와 주위
를 둘러봤는데. 역 바로 왼편에 홍등가가 보였다. 전에도 그런 것이 있
다는 얘기는 꽤 많이 들어왔지만 이렇게 역 바로 옆에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사실 조금 놀라웠다. 힐끗 보기로 손님
은 그다지 없어보이긴 했지만. (기차역 앞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택시
기사분들이셨다. 손님이 너무 없다고 투덜대고 계시더구만.)
평택역에서 20분 쉬고 출발.
천안을 목표로 달리는 길에 왼쪽 어깨가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단단히 굳어버린 석고같은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고 해
야 하나. 굉장히 힘들었다. 별로 피곤하진 않았는데. 오토바이 라이딩
자세가 별로 안 좋은건지. 아니면 스쿠터라는 것 자체가 장거리용이
아니라서 장거리타는데는 불편한건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무 아팠다. 천안만 가서 쉬어야겠다..라는 생각
으로 이 악다물고 달렸다.
천안 시내로 들어가기 전. 정확히 어디쯤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떤
다리를 건너가게 됐다. 다리위에서 흐르는 강을 보는 풍경. 멋지더라.
밤이 아니었으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두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 정
도로.(내 폰카는 플래쉬가 없어서 밤에는 사진이 안나온다.)
어찌어찌하여 천안시내까지 도착. 다시 하나 깨달은 건데 대부분의
국도는 '시'를 거쳐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국도를 그냥 쭉 타다 보
면 어느새 천안 시내를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국도는 대부분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에 인접해 있다. 이는 아무래
도 편리한 교통을 위한 배려인 듯 하다.
천안역 도착 am4시 20분. 겨우 40분을 탔는데 어깨가 너무 아프다.
별로 피곤하진 않지만 더 이상의 라이딩은 무리일 듯 해서 천안역 근
처에서 손님을 기다리시는 택시 기사님께 물어봐서 근처 찜질방을 찾
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찜질방이 아직 개업을 안했다고 한다. 이럴수
가. 대체 난 어디서 쉬어야 한단 말인가.. 막막한 마음에 오토바이를
돌려 가는데 우연히 목욕탕이 눈에 띈다. 잽싸게 물어보니 영업한단
다. 아마 24시간 영업하는 목욕탕인 것 같다. 목욕비도 3000원밖에 안
한다. 이정도 돈으로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행운인 듯해서 얼른 오토바
이를 세워두고 짐 챙겨서 안으로..
시설은 그저 그랬다. 3000원으로 찜질방을 기대해선 안돼지. 대충 씻
고 수면실에 가서 자려고 하는데. 가관이다. 엎어져 자는 사람. 쪼그리
고 자는 사람. 가운을 풀어헤치고 보기 안좋은 곳을 보여주며 자는 사
람.. 여하튼 난 잠을 청해야 했기에 일단 가운을 걸치고 빈 자리에 가
서 눕는다. 한 5분쯤 되었을까. 옆에서 좀 이상한 손길이 느껴진다. 뭔
가 싶어서 휙 돌아봤더니 옆사람이 자는 척 한다. 기분탓인가 하며 다
시 잠을 청하자 다시 이상한 손길이 느껴진다. 짜증스럽게 돌아봤더
니 또 자는 척 한다. 하지만 감은 눈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게 뻔히 보
이는데 어떻게 정말 잔다고 믿을 수 있는가.. --. 순식간에 기분 몹시
나빠져서 다른곳으로 자리 옮겨서 잠들다. 다행히 그 변태분(?) 따라
오지는 않더라. 다른 사냥감을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났더니 이번엔 옆사람이 내 이불을 뺏어가 버린 것이 눈에
띤다. 아 황당..
천안까지 21585km. 즉 평택에서 26km달렸음.
==============================================================
6/28 결산
쓴 돈
기름 : 5000원
담배 : 2000원
목욕 : 3000원
합계 : 10000원.
남은 돈 : 63000원
이동거리 : 125km.
이동시간 : pm 9:05 - am 4:20까지 7시간 15분.
04.07.07. By RL.T.
#1. 준비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밥먹고 출발할 생각이었으나, 그 전날 아즈
망가 대왕 애니를 보다가 새벽 6시경에 잠드는 바랍에 오후 3시쯤에
나 일어났다. 이왕 늦은거..라고 속편하게 생각하고 빈둥대다가 샤워
하고 저녁 먹고 출발하기로 멋대로 결정해 버렸다.
저녁 6시경에 김치볶음밥 만들어먹었는데, 난 요리솜씨가 있는지 꽤
나 맛있었다. 다만 양 조절을 잘 못해서 2인분이 되어버렸다는게 조
금 문제지만. 결국에 남는 1인분은 도시락으로 싸가기로 결정했다. 그
리고 집에 있던 계란 4개도 삶아서 같이 챙겨갔다.
짐을 대충 챙겨두고 오토바이 점검차 나가보니 오른쪽 백미러가 부
서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한 2-3달쯤 전에 누군가가 부순 것인데 시내
주행에서는 별 필요가 없어서 안 고치고 냅뒀던 것이다. 그냥 갈 까 하
다가 어쩐지 멀리가는 길에는 필요할 것 같아서 부랴부랴 방으로 올라
와 전기면도기 케이스에 붙어있던 거울을 뜯어내서 오토바이에 붙여
놨다. 보기는 조금 안쓰러웠지만 오토바이 후방이 잘 보였으므로 스스
로의 천재성에 만족하면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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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출발
결국은 게으름과 준비 부족으로 오후 9시 5분에 남가좌동을 출발했
다. 가다가 농협에서 여행 자금으로 7만원을 찾았다. 지갑에 3000원
있었으므로 총 시작비용은 73000원인 셈이다. 물론 이 돈으로 여행을
끝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아껴쓰려는 마음에
일부러 적게 돈을 찾았다.
출발시 내 오토바이의 미터계는 21460km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러
니까 출발하기 전 21460km를 타고 다녔다는 것. 여기서부터 거리 계
산을 하면 된다.
성산대교를 지나 목동에서 기름을 넣었다. 5000원 가득이었다.(소
위 '만땅'이라고 하는) 참고로 이번 여행 내내 기름은 주유할 때마
다 '가득'이었다. 달리다가 기름 부족으로 멈춰서버리면 곤란하니까.
원래 목표는 일단 광명 철산역까지 가서 잠깐 쉬자.. 였는데 오토바
이가 스쿠터라는 특성상 1시간 이상 탈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엔
진에 무리가 온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중간에 잠깐 쉴 곳을 찾았는
데. 역시 만만한 건 '지하철 역'.
결국 10시 15분에 천왕역이라는 지하철역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
다. 난 사실 이런 지하철역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조금 외진 곳에 있
더라구. 지하철 역 안에 들어가서 화장실도 좀 다녀오고. 오토바이 근
처에서 담배도 한 대 피고. 하는 사이 20분정도가 지나갔다. 21476km
를 가르키고 있는 미터기. 16km정도 온 것이다. 원래는 이보다는 더
많이 와야 하지만 시내주행이기도 했고 오래타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
아 조금밖에 못 온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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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천왕역도 광명시 안이었다. 어찌됐든 목표했던 철산역에 도
착했다. 겨우 3km떨어져 있었다 --. 15분 달려서 도착했고. 별 거 없
었던 곳이었다. 다만 번화가였고, 월요일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눈
에 띄었던 것만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 정확히 10분 쉬고 11시에 출발
했다.
이 다음 목표는 안양! 지도상으로 보니 그리 멀지 않았고, 안양 1번
가라는 곳을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거기가 안양의 '시
내'라는 번화가라고 하기래).
역시 별로 멀지 않았다. 이렇게 자주 쉬면 안돼는데..할 정도로. 11
시 35분에 도착했다. 35분 달린 게 돼는 거지? 광명하고의 거리는 11k
m.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안양역에 도착해서 보니 확실히 화려한 불빛이 꽤 보이기는 한다. 안
양역 맞은편에서는 다양한 번화가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특징적
인 것은 젊은이들만이 아니고 어느정도 연세가 있으신 어른들도 꽤 많
이 보였다는 점이다. 여기는 노소가 공존하는 곳인 듯 했다.
안양역 번화가를 구경할 겸 안쪽에 있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한 갑 샀
다. 2000원.
문득 배가 고파져서 한쪽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아까 삶아두었던 계
란을 까먹었다. 쪽팔려서 최대한 어두운 곳에서 먹고 있는데, 지나가
는 사람들이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하긴 내가 그 사람들이
라고 해도 그럴지도 모른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때 옆에는 스쿠터
를 세워두고 도시락통에서 계란을 꺼내서 까먹고 있는 모습은 아직 새
파랗게 젊은 노숙자를 연상하게 할 것이다.
어쨌든 계란을 다 먹고 잠깐 세수하러 안양역 지하상가에 들어갔는
데. 참 놀랍도록 지저분하다. 1분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픈 곳이었다.
그래도 휴지는 있어서 얼굴 닦는데는 좋았다.
안양역 체류시간 25분. 12시에 다시 출발하다.
대충 지도를 보고 다음 목표지를 '의왕역'으로 잡았다. 사실 난 여태
까지도 수원과 인천이 굉장히 가까이 있는 줄 알았다. 왜 지하철 1호
선 신도림역에서 둘이 갈라지잖아. 난 같은 방향의 남북 차이정도인
줄 알았는데. 알고봤더니 수원은 남쪽으로, 인천은 서쪽으로 전혀 방
향이 달랐다..
하여튼 수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바로 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고 해
서 그 중간에 있는 의왕역을 목표로 잡은 것인데. 실은 이런 역이 있
는 지 조차 몰랐다. 사실은 아직도 이게 지하철 역인지 기차역인지 모
른다.. 그냥 지하철역이라고 추정만 하고 있다.
여름인데도 밤공기가 꽤나 차서 챙겨온 긴팔 남방을 입었다.
의왕역은 꽤나 외진 곳에 있었는데, 그 주위 길이 굉장히 복잡하게
되어 있어서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편의점에 가서 화장
실좀 쓸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지금은 역내가 문닫아서 안된단다. 그
럼 대체 편의점 직원은 어떻게 화장실을 가는지 물어보려다가 친절하
게 대해준 사람에게 실례일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만뒀다. 직원 인상
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뒤에서 볼 때는 여자인 줄 알았을 정도로 호
리호리한 체격에 작은 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단발머리정도의 길이에
파마를 하고 있었다 -_-;
여기까지 21506km. 딱 10분 머물렀다. 의왕역에는. 그 나머지 시간
은 길찾으라고 헤멘 시간.. 도착은 12시 45분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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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으로 가는 길은 조금 험난했다. 분명히 수원이라고 써져 있어
서 그쪽으로만 줄기차게 달렸더니 고속도로가 나와버렸다 --. 당황해
서 다시 오토바이를 돌려 이리저리 물어보니 그 길이 맞단다. 에라 모
르겠다 싶어서 고속도로 방향으로 계속 달렸더니만 나중에서야 수원
으로 가는 길과 고속도로 길이 갈라지더라.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알
고 보니 대부분의 국도는 그런 식으로 빠지게 되어 있더라구.
다행히도 수원역에 1시 55분에 무사히 안착. 정확히 1시간 달린 셈이
다. 계기판은 21525km 즉 24km를 달린 셈이다. 점점 시간 대비 거리
가 길어지는 것 같아 기분 좋아짐.
수원역에 도착했는데. 역 좋더라. 99년도 1월쯤에 경희대 수원캠퍼
스에 일이 있어서 지하철 타고 수원역에 도착했을 때는 별로였었던
것 같은데 그 새 건물을 새로 했는지 삐까번쩍했다. 좋더구만.
수원역은 기차와 지하철이 둘 다 경유하는 곳이라서 난 영등포역같
이 노숙자가 꽤나 많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기우였다. 노숙자는 딱
3명이었고, 자기들끼리 무슨 돈이 생겨서인지 소주를 사와서는 먹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따뜻한 역내를 거부하고 수원역 문 앞에서 옹
기종기 모여있엇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바로 옆에서 알 수 없는 나
물을 팔고 계셨던 할머니였는데 노숙자와 일행같아 보이진 않았다. 하
지만 수원역에서 새벽 1시 55분에 과연 누가 나물을 사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어쨌든 여기서 20분 쉬고 2시 15분에 다시 수원역을 출발했다.
이번 목적지는 평택역. 수원역 앞에서 호객행위(?) 중이시던 택시기
사님께 길을 물어 출발한 길은 본격적인 국도의 시작인 듯 했다. 포장
도 그리 좋지 않았고 가로등도 잘 안보였으며.(원래 국도에는 가로등
이 잘 없다) 늦은 밤이라 차가 폭주하기도 했다. 어쨌든 별 문제 없이
34km를 달려 미터기 21559km를 끊고 평택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3시
20분.
평택역은 신축공사중이었다. 내가 봐도 신축공사를 해야 할 것 같은
건물이었다. 외부에 간이화장실이 마련되어있었는데, 그래도 역사 화
장실이라고 깔끔하게는 해 두었다.
잠시 쉬기 위해서 평택역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곳은 기차역이 아니
라 노숙자 쉼터 같았다. 두분은 긴 의자에서 서로 머리를 맞댄 채로 주
무시고 계시고, 한 분은 앉아서 졸고 계셨으며 몇 분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벌레가 엄청 많았다는 점인데, 내 주위에는 모
기를 비롯하여 거미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리가 스무개쯤 달린 벌레
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와 주위
를 둘러봤는데. 역 바로 왼편에 홍등가가 보였다. 전에도 그런 것이 있
다는 얘기는 꽤 많이 들어왔지만 이렇게 역 바로 옆에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사실 조금 놀라웠다. 힐끗 보기로 손님
은 그다지 없어보이긴 했지만. (기차역 앞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택시
기사분들이셨다. 손님이 너무 없다고 투덜대고 계시더구만.)
평택역에서 20분 쉬고 출발.
천안을 목표로 달리는 길에 왼쪽 어깨가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단단히 굳어버린 석고같은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고 해
야 하나. 굉장히 힘들었다. 별로 피곤하진 않았는데. 오토바이 라이딩
자세가 별로 안 좋은건지. 아니면 스쿠터라는 것 자체가 장거리용이
아니라서 장거리타는데는 불편한건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무 아팠다. 천안만 가서 쉬어야겠다..라는 생각
으로 이 악다물고 달렸다.
천안 시내로 들어가기 전. 정확히 어디쯤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떤
다리를 건너가게 됐다. 다리위에서 흐르는 강을 보는 풍경. 멋지더라.
밤이 아니었으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두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 정
도로.(내 폰카는 플래쉬가 없어서 밤에는 사진이 안나온다.)
어찌어찌하여 천안시내까지 도착. 다시 하나 깨달은 건데 대부분의
국도는 '시'를 거쳐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국도를 그냥 쭉 타다 보
면 어느새 천안 시내를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국도는 대부분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에 인접해 있다. 이는 아무래
도 편리한 교통을 위한 배려인 듯 하다.
천안역 도착 am4시 20분. 겨우 40분을 탔는데 어깨가 너무 아프다.
별로 피곤하진 않지만 더 이상의 라이딩은 무리일 듯 해서 천안역 근
처에서 손님을 기다리시는 택시 기사님께 물어봐서 근처 찜질방을 찾
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찜질방이 아직 개업을 안했다고 한다. 이럴수
가. 대체 난 어디서 쉬어야 한단 말인가.. 막막한 마음에 오토바이를
돌려 가는데 우연히 목욕탕이 눈에 띈다. 잽싸게 물어보니 영업한단
다. 아마 24시간 영업하는 목욕탕인 것 같다. 목욕비도 3000원밖에 안
한다. 이정도 돈으로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행운인 듯해서 얼른 오토바
이를 세워두고 짐 챙겨서 안으로..
시설은 그저 그랬다. 3000원으로 찜질방을 기대해선 안돼지. 대충 씻
고 수면실에 가서 자려고 하는데. 가관이다. 엎어져 자는 사람. 쪼그리
고 자는 사람. 가운을 풀어헤치고 보기 안좋은 곳을 보여주며 자는 사
람.. 여하튼 난 잠을 청해야 했기에 일단 가운을 걸치고 빈 자리에 가
서 눕는다. 한 5분쯤 되었을까. 옆에서 좀 이상한 손길이 느껴진다. 뭔
가 싶어서 휙 돌아봤더니 옆사람이 자는 척 한다. 기분탓인가 하며 다
시 잠을 청하자 다시 이상한 손길이 느껴진다. 짜증스럽게 돌아봤더
니 또 자는 척 한다. 하지만 감은 눈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게 뻔히 보
이는데 어떻게 정말 잔다고 믿을 수 있는가.. --. 순식간에 기분 몹시
나빠져서 다른곳으로 자리 옮겨서 잠들다. 다행히 그 변태분(?) 따라
오지는 않더라. 다른 사냥감을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났더니 이번엔 옆사람이 내 이불을 뺏어가 버린 것이 눈에
띤다. 아 황당..
천안까지 21585km. 즉 평택에서 26km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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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결산
쓴 돈
기름 : 5000원
담배 : 2000원
목욕 : 3000원
합계 : 10000원.
남은 돈 : 63000원
이동거리 : 125km.
이동시간 : pm 9:05 - am 4:20까지 7시간 15분.
04.07.07. By RL.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