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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레테
연락처 : rainlethe@rainlethe.com 영혼을 잃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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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8 05:15 RL.N ovel.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 텐데...


어느샌가 흘러간 노래가 되어버린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이

라는 노래가 레코드점에서 흘러나온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

저 멜로디가 괜찮은 노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네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

는 와닿는 의미가 절실하다.


언제부터일까 그녀를 바라보게 된 건. 차가운 달빛이 그녀

의 얼굴을 감싸돌던 밤이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처음봤을때부

터인지. 혹은 그 다음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언젠

가..이겠지. 시기가 언제였는가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느샌가 내 삶

전부가 되어버린 그녀를. 단지 널 사랑해.


그녀도 분명히 나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한번도 그녀가 나에

게 먼저 인사를 건내거나 한 적은 없지만 나를 인식하고 있음

을 난 느낄 수 있다. 내가 그녀를 바라볼 때 한번도 지워지지

않았던 입가의 미소가 그것을 증명한다.


너무 까맣다 못해서 파란. 크레파스로 칠하고 덧칠하고 또

칠함으로써 파란색과 검은색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어느 밤.

난 처음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었다. 너무 작은 소리여서 그

녀는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난 그녀의 웃음

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내 뇌리에 박혀버렸던 블루

사파이어빛 그 날..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 그녀를 가지고 싶다. 그녀의 작고 도

톰한 입술에 입맞추고 싶다. 그녀의 완벽한 실루엣을 느끼고

싶다. 날 바라보지 않는. 언제나 공허하게 허공만을 바라보는

그 눈에 나를 비치고 싶다. 그녀의 새하얀 피부를 만지고 싶

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싶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갈까. 가서 그녀와 나 사이를 가로막은

유리를 부셔버리고 그녀를 안을까. 그래도 될까. 아니야 그건

그녀에게 피해를 줄꺼야. 하긴 또 모르지. 그녀도 내심 그것

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그래도.. 아니야.. 그래도.. 혹시 또 모

르지.. 모르지.. 모르지...



쨍그랑!



"정말 이상한 녀석입니다. 뭣하러 여성복 집을 털려고 했을

까요? 평소에 장사가 잘 되거나 하던 집도 아니었는데 말입니

다. 게다가 더 이상한 건 잡힌 후 녀석의 태도입니다. 쇼윈도

에 전시되어 있던 마네킹을 꼭 붙들고 놓칠 않습니다. 뺏으려

고 하면 사납게 달려듭니다. 여성복집 사장에 의하면. 그 사

람 매일같이 그 집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가곤 했답니다. 좀 의심스럽긴 했지만 그냥 유리에 자

신을 비춰보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드디어 그녀가 내게로 왔다. 이제 그녀는 내 것이다. 이름을

물어봤지만 대답하지 않아서 내 마음대로 이름을 짓기로 했

다. 뭐가 좋을까.. 희주? 은혜? 연정? 은경..?? 아아... 잘 믿어

지지 않는다. 그녀가. 나의 그녀가.. 꿈에서도 동경해 마지않

던 그녀가 이렇게 내 옆에 있다니! 이 사랑스러운 얼굴이 내

것이라니. 이 아름다운 입술에 입맞출 수 있다니.. 그녀의 귀

에 대고 속삭일 수 있다니.. 행복하다. 난 정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저쪽에서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있다. 뭐라고 웅성웅성대며

간간히 손가락으로 날 가르키기도 한다. 상관없다. 난 나의 그

녀와 있으니까. 아까 나의 그녀를 탐내는 사람이 있었지만 난

절대 그녀 손을 놓지 않았다. 조금도 손대지 못하게 했다. 그

녀는 내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한다 해도. 따뜻한 손길이 없어

도. 시체처럼 사그라진 생명이라고 해도..

나의 연인. 나의 소유... 이젠 절대로 영원히 놓지 않아...

99년. 어리숙한 어느날에. By RL.N.

posted by 레인레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