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길었죠?
이 연휴가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3일까지는 이 책을 다 읽고,
4일까지는 보고 싶었던 영화도 좀 몰아서 보고,
5일날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좀 만들고..
블로그도 정비하고...
그런데 이게 말입니다.
말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분명히 나도놀고, 너도놀고, 모두다 노는 날인데
끊임없이 뭔가 부탁이 밀려들어옵니다.
장을 보러 가고,
뭔가를 찾아봐줘야 하고,
구매해줘야 하고,
대신 입력해 주어야 하며,
대신 먹어줘야 합니다(응?)
내가 시간이 있음을 제 주변 사람들이 공적으로 모두 알고 있기에
시간이 많은 (설이라고 특별히 할 게 주어지지 않은)
저에게 나머지 잡일이 다 몰려 들어옵니다.
어째서인지 출근하는 날보다 더 바쁘더군요.
저는 보통 할 일을 다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TODO에 적어서 관리하는데요.
평상시에는 이게 스무개가 안넘어갑니다.
이 스무개 중에서는 특정 날짜가 되어야 할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일정'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로 미루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열 개 남짓입니다.
그런데 지금.. 할일 목록을 보니
약 37개가 있군요.
17개는 대체 어디서 늘어난 걸까요..
이제 연휴는 끝나고, 일상의 삶으로 복귀했는데
17개는 어떤 일상을 쪼개서 처리해야 하는 걸까요.
한편 ToDo 리스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말 그대로 제 할일만 하면 되었었는데요.
점점 시간이 흐르고,
회사에 대해서 아는 부분이 늘어나고,
기대치는 커져만 갔죠.
처음에는 간단한 전화를 받는것으로 업무가 늘어나고,
다음에는 회사 잡무를 처리하는 선으로 증가되었습니다.
얼마 있어서는 회의 진행을 맡게 되었고요.
이윽고 시간이 흘러 신입사원이 들어오고 이사람의 교육을 맡게 되죠.
또 시간이 흐르고 나니
개발팀하고 디자인팀하고 싸우는 중재 역할도 맡게 되더군요.
다시 시간이 흐르니 이번엔 기획팀과 싸우는 일도 도맡았습니다.
가만히 업무일지를 쓰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신입사원때 제 일만 했었던 시간을 10이라고 잡는다면
지금의 저는 제 일을 하는 시간이 4,
그 외 잡무를 진행하는 시간이 4가 되었습니다.
저는 딱 절반으로 줄어든 엔트로피의 절대량을 채우기 위해서
'야근'이라는 시간의 엔트로피를 투여해야 했고요.
... 대체 이게 뭔가요?!
물론, 엔트로피는 체감하지만 절대치는 변화하지 않는다는 법칙에 따라서
제가 대신한 엔트로피만큼 누군가는 편해졌겠지만요....
이래저래, 엔트로피는 항상 평형을 이룹니다.
다만, 그 엔트로피가 조직으로 보든, 개인으로 보든,
총량이 동일할 뿐 배분치는 다르다는 점에서는...
일단은 침묵하겠습니다. :)